Trieste_대륙의 전쟁 - 8장. The past. 과거의 일
| 21.02.03 12:00 | 조회수: 1,853


가리온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지만 덜그럭 말발굽 소리와 엉덩이가 아픈 것을 보아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하지 않은 안장 위에는 가리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리온의 바로 앞에 커다란 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가리온은 더 자세히 주변을 알아보려고 눈을 크게 뜨다가 밀려드는 바람에 얼굴을 돌리고 실눈을 떴다. 가리온은 바람을 느꼈다. 바람에는 모래가 진했다. 말발굽에서 일어나는 먼지 사이로 작은 집들이 휙휙 지났다. 입 넓은 나무도 끊이지 않고 지나갔다. 사람이 아닌 것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면 그 다음에 어김없이 칼 소리가 났다. 말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죽은 괴물들의 시체가 가지런했다. 앞에서 누가 해치우는 듯 했다.

“어디지?”

가리온은 자신을 태우고 말을 달리는 사람에게 물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놀랐는지 다른 말을 했다.

“이틀 만에 눈을 뜨는군.”

가리온은 말을 하는 자가 누군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굵은데다가 쉬어서 나이가 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캄비라 바투인가?’

가리온은 지금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다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가 더 궁금했다.

“어디지?”

“그것보다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가리온은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지?”

“우리는 이동하고 있네.”

“어디로?”

“자네가 꼭 가야 할 곳이지.”

가리온은 어쩐지 더 묻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장소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말 위는 다시 잠잠해졌다. 한참 후에, 가리온을 태운 사람은 마구 웃었다.

“하하하. 재미있는 친구야.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모르겠는데.”

“복수의 빙곡에서 자네는 나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했지. 그런데 기억이 없다니. 젊은 친구가 완전히 늙어버렸군. 지금도 내 등 뒤에서 여자처럼 허리를 잡고 타니. 하하.”

가리온은 자신을 태운 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바론이군. 백기사단의 바론.”

“젊다는 것은 열정이 있어서 좋은 것이라네. 가리온. 이제는 자네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리온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아버지는?”

“함께 가고 있다.”

백기사단이 노라크 교도, 그리고 황색당과 더불어 아이언 테라클이 지휘하는 인카르 교단의 군대를 쳤지만, 말 그대로 치기만 했을 뿐 그들을 섬멸한 것은 아니었다. 황색당이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를 교란시키는 동안, 노라크 교도들은 후방을 맡았다. 바로 그 때 백기사단은 무모하게 돌진하여 가리온 일행을 구해낸 다음. 정말로 가리온 일행만 딱 구해내고 말을 되돌린 것이다. 인카르 교단이 급습에 당황하여 초반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황색당이 기운을 다하면 바로 백기사단을 노릴 것이 뻔했다. 노라크 교도는 어차피 후방에 있으니 과녁이 될 리가 없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따로 있지. 우리가 카시미르의 골짜기를 빠져 나온 순간, 그들도 철수하여 우리 뒤에 붙었을 것이 분명해. 듀스 마블과 슈마트라 초이의 복수는 둘러 댄 말일 뿐이야.’

바론은 슬쩍 뒤를 보았다. 가리온이 슬쩍 보였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가리온은 모르는 편이 나아.’

바론은 앞으로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인카르 교단이 뒤를 쫓아오기 전에, 일을 마칠 수 있는 조금의 시간이.

바론은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제야 계획을 실현하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가리온을 등에 태운 남자는 지난 날을 떠올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던 트리에스테의 과거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까?”

말발굽 소리가 쟁쟁 귀에 울려 듣는 것이 힘들었지만 가리온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와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할아버지라는, 칼리지오 밧슈 때문이었다. 가리온은 핏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꿈에 나타나거나 점쟁이를 빌려 보는 것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듣고 싶습니다.”

바론은 간지러운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직 알로켄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한 벙어리 여자가 알로켄의 부름을 받아 신전으로 갔다. 여자는 미인이 아니었지만 아름다웠고, 인간이었지만 총명했다. 아홉 달 후. 여자는 알로켄 신전에서 아이를 낳았다. 여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싶었다. 그러나 알로켄들은 여자를 신전 밖으로 내쳤다. 아이는 알로켄이 거두었지만, 여자는 미쳐버려 거리의 여자가 되었지.”

“그 아이가….”

“너의 조부. 칼리지오 밧슈다.”

바론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도 자랐다. 알로켄은 인간의 피를 가진 아이를 신전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빼앗은 겁니까?”

“알로켄에게는 그 아이가 필요했다. 칼리지오 밧슈는 알로켄이 처음부터 의도하여 만든 아이였지.”

“어째서?”

“알로켄은 그들의 이상이 진실을 가려주었을 때부터 떠나고자 했다.”

“그랜드 폴을!”

“그들은 대륙을 비틀어버릴 열쇠를 주조한 것이지.”

“그렇다는 것은. 처음부터 나의 선조는…!”

“알로켄은 아이를 한 집에 맡겼다. 칼리지오 밧슈는 그곳에서 총명하게 자랐다. 지금의 사람들은 그를 악마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 그는 훌륭한 현자였다. 인간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는 자신이 열쇠로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아버지가 알로켄이고, 어머니가 인간이라는 것만. 둘이 사랑했다 헤어진 줄로만 알았지. 그는 최후에 가서야 자신의 운명을 알았다. 인간의 피를 가졌는데도 알로켄 사이에서 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가리온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 이유가…. 그랜드 폴을 일으킨 이유입니까?”

“그는 알로켄에게 선택 받은 자였다. 인간을 존중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지. 그는 또한 신이기도 했으니까. 결국 그는 모든 짐을 떠맡아야 했다.”

“짐?”

덩치 큰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느껴졌다.

“웃기는 소리. 짐은 여기 트리에스테 대륙의 인간들이 졌습니다. 이계의 힘도 여기 트리에스테 대륙에 뿌려졌구요. 그런데 칼리지오 밧슈가 무슨 짐을 졌다는 것입니까!”

“가리온 초이. 네 피를 하찮게 보는구나. 지금은 그래도 나중에는 전부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랜드 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요.”

“핏줄을 받아들여라.”

“핏줄을 받아들이면?”

“너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된다.”

“위대한 일? 설마, 바론. 그랜드 폴을 기다리는 겁니까?”

“왜? 그러면 안되나?”

“설마 그 일 때문에 나를 태우고 이렇게 달리는 겁니까?”

“그렇다.”

“나는 내리겠소.”

“쓸데없는 짓 하지 말아라. 이게 너와 나의 운명이라는 거다.”

“…?”

“네 아버지, 슈마트라 초이는 떠돌이 기사였다. 그가 원래부터 기사였을까? 천만에.”

가리온은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이라면 가만 둘 수 없었다.

“칼리지오 밧슈에 의해 그랜드 폴이 시작되고 방주 아르카나가 실현된 후, 아직 손가락 빨던 네 아버지를 살린 것은 우리 백기사단이다. 슈마트라 초이는 무책임하고 정신 나간 어머니를 둔 덕분에 죽을 지경에 처해 있었지. 그러나 우리 백기사단은 주인님의 명령을 받들어 그를 찾아내었다. 그리하여 후세의 열쇠가 될지도 모르는 두 아이를 백기사단이, 바로 우리가 키우기 시작했다.”

백기사단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고 키웠다는 이야기를 믿어야 할지, 가리온은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대륙의 열쇠를 모두 쥐고 안전하게 관리하려 했다. 그러나 아모르 쥬디어스는 우리를 믿지 않고 방해했다. 백기사단을 복수의 빙곡에 가두었지. 그리고 그 사이. 우리는 두 아이마저 잃었다.”

바론은 흥분했는지 말을 세차게 때렸다. 바론이 하는 이야기는 더 작게 들렸지만, 놓칠 수 없었다. 가리온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한 아이는 금방 발견할 수 있었지.”

“…?”

“숨길 수 없는 알로켄의 징후 덕분에.”

“검의 빛…!”

“우리는 제노아에 남겨진 한 아이가 떠돌이 기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리온도 알로켄의 징후를 숨길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슈마트라 초이는 늘 검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가리온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가리온 역시 자신이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에 몹시 불안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아이는?”

“슈마트라 초이말고. 다른 아이는. 헬리시타까지 흘러갔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제노아를 돌아다니던 용병들이 아이를 헬리시타의 부잣집에 팔아 넘겼다고 말이다.”

가리온은 몹시 떨렸다. 다른 한 아이,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그가 가리온과 더불어 세상에 저주를 내릴 중간자였다. 가리온은 그 자와 마주치지 않기만 하면 재앙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헬리시타로 간 아이는 소멸해 버렸다.”

“뭐라구요?”

“죽었단 말이다.”

“어째서?”

“아쉬운가?”

“그럴 리가!”

“다행히 그 아이도 슈마트라 초이, 네 아버지처럼 후손을 남겼다고 한다.”

가리온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세월은 흘렀고,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백기사단도 많이 변했지. 우리는 여러 조직들과 손을 잡았고, 사라졌던 중간자를 찾아냈다.”

“어째서?”

가리온은 물었지만 바론은 대꾸하지 않았다. 가리온은 망설이다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 편이오?”

바론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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