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 - 지옥의 징조 - 14장. Dice. 주사위를 던지다
| 21.01.27 12:00 | 조회수: 806


캄비라 바투는 북쪽이 춥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하이하프 산맥을 지나서 불의 사슬까지 갈 때의 추위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혹독하고 시린 추위는 처음이었다. 복수의 빙곡에서 가리온을 처음 만났을 때, 시에나가 흔들리는 모습을 봐야 했을 때보다도 더 화가 났다.

“멈춰라.”

분명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는데도 목소리는 이상하게 가라 앉았다. 캄비라 바투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느끼며 덧붙였다.

“명령이다.”

“닥쳐라. 바기족 주제에 감히 인카르 교단과 맞설 셈이냐!”

잔바크 그레이의 말에 발끈 할 뻔 했지만, 캄비라 바투는 감정을 삭혔다. 잔바크 그레이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쿠리오가 캄비라 바투의 명령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였다.

“….”

캄비라 바투는 쿠리오가 어서 대답하기를 바랬다. 쿠리오가 자신을 음해할 생각으로 쫓아다니기 시작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쿠리오는 변하였다. 생사를 함께 넘나들면서 쿠리오는 캄비라 바투를 믿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시에나 때처럼 광분하지 않고 사나이 대 사나이로서 쿠리오의 결정을 기다렸다.

“….”

쿠리오는 문득 심장 가까이에 품고 있는 주머니가 느껴졌다. 그것은 타마라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그 주머니를 열면 쿠리오가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쿠리오는 그것을 받았던 그 순간, 그 힘으로 언젠가 캄비라 바투를 죽이겠다고 결심했었다.

‘내가 여전히 이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것은…. 복수에 대해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쿠리오는 주사위를 던졌다. 다시 돌릴 수 없는 한발을 선택했다. 쿠리오에게는 처음의 신념이 있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신념이었다. 고향과 친구들을 지키는 위대한 신념이었다. 고향과 친구들을 캄비라 바투로부터 지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곁에서 본 캄비라 바투는 간사하고 악랄한 약탈자가 아니었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쿠리오 같은 보통 사람들 이상의 것이 캄비라 바투에게 있었다. 쿠리오는 그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일행의 지도자는 가리온이었다. 그러나 가리온의 모습은 규율에 맞춰져 있었고, 그는 홀로 있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사나이가 되어서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가리온은 어딘지 약해 보였다. 물론 가리온의 검 실력은 최고였다. 문제는 그가 데카론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다. 쿠리오는 자덴에서 경비병 생활을 하며, 많은 지도자들을 보아왔다. 지도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목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까지 두루 챙기더란 점이다. 그러나 가리온에게는 그러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가리온은 목표만 보았다. 그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가리온은 알로켄의 후손, 중간자라고 했고. 그 때문에 제 2의 그랜드 폴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엘타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리온은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휴우."

쿠리오는 가리온 때문에라도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잔바크 그레이는 조디악 아이언 테라클까지 모시고 오지 않았는가. 인카르 교단이 최고라고 믿어온 자덴의 경비병으로서, 바른 길은 잔바크 그레이의 편에 있는 듯 했다. 쿠리오는 결심했다. 자덴을 처음 나설 때의 다짐을 상기했다. 뒤돌아 선 채로, 캄비라 바투의 명령을 불복종했다.

“당신은 내 고향 자덴을 짓밟았습니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당신 종족에게 처참히 죽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복수하려고 그 동안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쿠리오는 처음의 결심이 제일 옳은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숨어서 언제 죽일까 노리지 않고. 제대로 하겠습니다.”

“자네는 그렇게 하지 못해.”

캄비라 바투는 쿠리오를 달래려고 하였다.

“아니오. 하겠습니다. 가리온이 어떤 사람인지 밝혀진 마당에. 당신 편에 서 있는 것도. 사실, 불편했습니다. 나는 선의의 편에 서겠습니다.”

쿠리오의 말에 캄비라 바투는 당황했다. 잔바크 그레이도 쿠리오의 말에 놀랐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

“쿠리오. 우리는 자네를 진심으로 환영하네. 이제라도 바른 길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네.”

심지어 파그노는 쿠리오의 말에 감동한 듯 보였다.

“이것이 자네가 진정 원하는 일인가?”

캄비라 바투가 물었다.

“이렇게 가버리는 것은, 배신에 지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는가?”

쿠리오는 더 대답 하지 않았다. 할말은 했다. 더 이상의 말은 구차할 뿐이었다. 그리고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지금의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아이언 테라클은 쿠리오의 그러한 마음을 눈치 챘다. 그는 이럴 때 화제를 돌려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언 테라클이 궁금한 것도 있었다.

“바기족. 가리온을 따르고 있는가?”

캄비라 바투는 아이언 테라클을 노려 보았다. 아이언 테라클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어려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바기족의 노동력을 착취하였던, 탐욕스러운 권력가. 바기족들에게는 필요한 인물이었지만,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대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아이언 테라클은 바기족을 대하는 것이 꽤나 익숙했다. 그들은 언제나 아래였다. 바기족은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았고 아이언 테라클이 그것을 줄 수 있었다. 못이기는 척 들어주면, 아이언 테라클을 왕처럼 모셔주었다. 그래서 거만하게 대했다.

“대답하라. 가리온을 따르고 있는가? 그는 어디에 있지?”

“왜 그를 찾으시오?”

가리온은 피톤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어디선가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캄비라 바투는 섣불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리온. 그 애송이 녀석이 알로켄의 피를 가졌다면서? 트리에스테 대륙에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

아이언 테라클은 말 끝에 잔바그 그레이를 가리켰다.

“그는 부친을 구하러 이곳에 온 것뿐이오.”

“그래. 그래서 더 문제지. 가리온이 알로켄의 피를 가졌다면 아비인 슈마트라 초이도 알로켄의 피를 가졌음이 당연한 일 아닌가? 둘이 만난다면 더 큰 화가 생길지도 모르네.”

캄비라 바투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를 잃는다는 기분이 어떤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적의 손에 처참히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시체를 봐야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었다.

‘자신의 탐욕밖에 모르는 인간.’

“그러니 어서 가리온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게. 이번 기회에 듀스 마블, 슈마트라 초이, 가리온까지 모두 제거하면 우리 인카르 교단의 골칫덩어리들이 전부 사라지게 되니. 바기족에게도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네.”

“그런 식의 계약은 받아들이지 않겠소.”

캄비라 바투는 아이언 테라클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허허. 어린 친구. 바기족이 사양을 할 형편인가? 아무리 자덴을 얻었다 하더라도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네. 힘들 때 서로 도와야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이지.”

“바기족은 인카르 교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기를 원하오.”

캄비라 바투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의 선택이 상하 관계를 결정지을 것이다. 쿠리오는 잃었지만, 바기족의 권리는 잃어서는 안되었다.

“나의 동료는 그만 괴롭히시오.”

“룸바르트!”

캄비라 바투의 옆에 룸바르트가 서 있었다.

“겐조가의 아들. 오랜만이군.”

아이언 테라클은 룸바르트를 노려 보았다.

“자네가 바기족 옆에 선 것을 보니 자네도 가리온을 따르는 편인가 보군.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의 아들을 따르다니. 참 독특한 취향일세.”

룸바르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인정하죠.”

룸바르트는 아이언 테라클의 자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가 캄비라 바투에게 온 것은, 가리온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룸바르트는 캄비라 바투의 귀를 빌려 조용히 말했다.

“일단, 대충 빠져 나가자. 저쪽에서 우리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쿠리오는?”

캄비라 바투는 쿠리오에 대해 말했지만 사실 확신이 없었다. 이제는 그의 결심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였다.

“가라고 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잖아?”

룸바르트다운 발언이었다.

“우리는. 이제 피톤성으로 들어갈 거야.”

“이들은 어쩌고?”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와 반으로 갈라진 일행들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이들은 가리온을 찾고 있었다. 마주치면 싸움을 피하기 힘들게 뻔했다.

“몰라. 가리온은 일단 피하려고 해. 가리온 성격 알잖아. 지금 중요한 것은 그가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거야. 나도 그쪽에 관심이 더 있고.”

“하지만. 저들이 쫓아올 텐데?”

룸바르트는 잠시 캄비라 바투를 빤히 보았다.

“캄비라. 지금 전혀 당신답지 않은 거 알고 있나? 왜 이렇게 약한 모습이지? 쿠리오 때문인가? 가라고 해. 사실 우리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뜻이 다르면 피곤해질 뿐이야.”

캄비라 바투는 너무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룸바르트가 야속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자네 말이 옳지. 쿠리오가 전부는 아니네.”

룸바르트는 캄비라 바투를 향해 웃었다.

“가자. 시에나가 도와줄 거야.”

“응? 시에나가?”

캄비라 바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안 보이는데?”

“숨어서 우리가 사라지는 걸 도와 줄 걸세.”

다음 순간, 룸바르트의 말대로 캄비라 바투는 아이언 테라클과 갈라선 일행, 쿠리오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었다.

“인 피넴 프로 옥타바!”

어디선가 시에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캄비라 바투와 룸바르트의 눈 앞에 거대한 화염이 폭발했다. 콰광. 땅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놀란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는 뒷걸음질 쳤다. 매캐한 불 연기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지금이야!”

룸바르트는 서둘러 캄비라 바투를 이끌었다. 캄비라 바투는 쿠리오가 아쉬웠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캄비라 바투는 룸바르트를 따라 등을 돌렸다.

“제길! 마법이야! 누가 파이어 퓨리를 쓴 거지?”

“바기족이 사라졌습니다!”

“뭐야? 어디로 갔지?”

“도망 친 거야?”

“….”

잔바크 그레이와 파그노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쿠리오는 가만히 있었다. 정말로 자기를 두고 사라져버린 캄비라 바투가 어쩐지 서운했다.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지만, 이제 믿고 따를만한 무언가가 없어진 것 같은 아쉬움에 허전했다.

‘이렇게 쉽게….’

“유치한 녀석들. 잔재주를 부려서 도망치다니.”

아이언 테라클은 웃어버렸다. 그 모습은 비열했지만 자신감에 차 있었다.

“허둥대지 마라. 그래 봤자, 놈들이 갈 곳은 뻔하다.”

아이언 테라클은 피톤 성을 가리켰다.

“한꺼번에 몰살시켜 주지.”

아이언 테라클은 매운 연기를 침으로 뱉으며 군사들에게 외쳤다.

“이동한다! 피톤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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