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valence - 타인과 적 - 15장. Fate. 별의 길
| 21.01.20 12:00 | 조회수: 755


에바에게는 애석한 일이었다.

가리온을 붙들고 싶어서 한 말이, 가리온에게 들리지 않았다.

가리온은 에바의 마음을 들어줄 처지가 아니었다. 가리온의 귀에는 에바가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것으로 들렸다.

무슨 말을 했는지 가리온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에바의 고백은 그냥 묻혀버렸다.

"시에나가 저 집으로 들어갔소."

가리온은 에바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행동을 이야기하려 했다.

시에나가 조심스레 일행에게서 떨어져 바루나의 집으로 가는 모양이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이 있는 듯 해 따라온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에바가 알아서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리온의 생각이었다.

"...내가."

에바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었다고."

에바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눈물을 참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당신을 보고 있었어."

힘든 일이었다.

숨겼던 에바의 마음을 드러냈는데 아무 것도 아닌 양 무시 당했다.

하지만 멈추기는 더 힘든 일이었다.

여자로서 비참해도 가리온이 마음을 알아주도록 설명해야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아니. 그래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계속 따랐어요. 다크 홀, 헬리시타, 계속. 당신만 바라봤어요."

설명을 해도 가리온의 무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말을 할수록 에바의 목이 탔다.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지금껏 좋아한 마음은 모두 쓸모 없는 듯, 에바라는 여자가 스스로 가련했다.

“모르겠어요?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가리온은 에바를 뚫어져라 보았다. 드디어 에바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에바는 가리온을 피해 얼굴을 가렸다. 사랑한다고 외쳤지만, 신경질적이었다.

‘실수야.’

되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것을 알고 있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소.”

지금처럼 가리온이 두려운 적이 없었다.

단호한 가리온의 말투가 꼭 영영 이별하자는 것 같아 무서웠다.

“아니오….”

에바는 가리온을 좀더 붙잡고 싶었다. 붙잡으면 될 것 같았다.

“아니오….”

“오늘 좀 이상하군요.”

가리온은 에바가 잡은 팔을 밀쳤다. 이런 식의 대화는 더 이상 하기 싫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였다.

듀스 마블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잡지 못했고, 백기사단의 바론에게 들은 이야기와 예언자 바루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힘들었다. 알로켄족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가리온에게 에바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만합시다.”

가리온은 최대한 친절하게 거절했다.

그것은 가리온의 착각이었다. 가리온이 어떤 방법으로 거절을 했든지 에바에게는 무조건 상처였다. 가리온은 다음 날 에바가 파르카 신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때까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가리온에게는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옥의 도시에 아침이 왔다. 가리온의 일행이 크레스포에 왔다고 데카론이 끝난 게 아니듯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라트에 가고 말고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리온은 결정권을 일행들에게 줄 생각이었다.

‘여기서 각자 흩어지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가리온은 모두를 데려갈 마음은 없었다. 애초에 크레스포까지 같이 온 것도 비나엘르 파라이의 권유였지, 가리온의 생각은 아니었다.

가리온은 할 수 있다면 혼자 떠나고 싶었다. 자신이 알로켄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하는 것 보다는 그 편이 좋았다.

그래서 이른 아침, 허름한 주점에 모두를 앉혀 놓았다.

“나는 오늘 안에 바라트로 떠날 것이다.”

가리온이 바라트라는 말을 꺼내자 마자 일행들의 눈이 커졌다. 크레스포와 극과 극을 달리는 바라트에 가겠다고 하는데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를 왜 가요?”

“이계 오염의 근원지는 크레스포잖아?”

파그노와 룸바르트가 거의 동시에 물었다.

“나에게는 가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

그리고 가리온은 덧붙였다.

“모두 같이 갈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개별로 행동한다.”

모두 가리온의 말에 놀랐다.

“하지만 우리는 데카론입니다.”

잔바크 그레이가 반박했다.

“여기 크레스포에 온 것만 보더라도, 너희들은 이미 데카론의 영웅들이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을 더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

가리온은 딱 잘라 말했다.

일행들은 다시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

에바는 기분이 이상했다.

‘나 때문에…. 흩어지라는 건가….’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했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에나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에바가 정한 마음의 리듬이 완전히 깨져버렸고, 가리온의 눈이 시에나와 마주치는 그 순간이 지옥이었다.

가리온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던 자신은 없고 질투에 사로잡힌 잘못된 분노만 남았다.

‘처음부터 어머니가 같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시에나를 만나기 전에 고백할 수 있었을 거야. 나를 사랑했을 거야.’

에바는 방향을 잃어버렸다. 그게 잘못이었다. 가리온이 사랑보다 듀스 마블을 찾는데, 아버지를 찾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시했다. 가리온의 입장을 무시하고 좋아한다는 말을 퍼부었다.

‘그래도. 나는. 나만은 가리온에게 특별할 수 없을까…. 안 되는 걸까?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는 걸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 연약해 보이는 여자보다 더 잘해 줄 자신도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가리온을 아껴줄 수 있었다.

“자꾸 한숨을 쉬어? 걱정 있어?”

룸바르트가 한 마디 했다.

모르는 사이에 한숨을 쉰 모양이었다.

에바는 고개를 돌렸다.

룸바르트의 따스한 말에 갑자기 눈물이 치밀어서 그랬다.

‘안돼.’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뚝뚝 잘도 흘렀다.

에바는 탁자를 잡고 일어섰다.

“어디 아파요?”

시리엘도 에바가 좋지 않아 보였는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에바는 이를 꽉 한 번 물고, 슬프지 않은 척 흉내 냈다.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뭘 생각하는데?”

룸바르트는 에바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가리온을 노려보았다. 가리온 때문에 에바가 이러는 것이 뻔했다.

가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에바는 팔을 내려다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룸바르트가 다정하고 고마웠다.

그러나 곧 지난 밤 가리온의 팔을 잡았던 자신이 생각났다.

에바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더….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에바는 눈을 감았다.

“나는.”

이제는 스스로를 가두었던 굴레를 벗어나도 될 것 같았다.

“가지 않아요.”

“에바?”

룸바르트는 놀랐다. 에바만큼은 끝까지 가리온을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바라트에 가지 않아요.”

“에바. 진심이야?”

에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리온이 대답했다.

“알겠소.”

“이봐! 가리온!”

룸바르트가 가리온을 향해 따지려는 순간, 에바는 룸바르트에게 잡혔던 팔을 빼냈다. 에바는 그 자리에서 더 버틸 힘이 없었다.

‘돌아가자….’

돌아가겠다는 다짐이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에바!”

룸바르트는 에바의 팔을 다시 잡아챘다.

“어쩌려고?”

에바는 팔을 빼기 위해서, 잡힌 팔을 빼고 이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순순히 대답했다.

“파르카 신전으로 돌아가겠어요. 룸바르트. 이제 놔줘요.”

룸바르트는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놓아야 했다. 룸바르트는 누군가를 억지로 붙잡아 본 경험이 없었다. 에바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이 옳았다.

룸바르트가 손을 놓자 에바는 자리를 빠져나갔다.

모두가 아쉬워하는 그 순간에 가리온은 일행을 향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지?”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일행이 된 캄비라 바투와 시에나, 쿠리오도 말이 없었다.

“그럼, 이걸로 끝내겠다.”

가리온은 답변을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에바에 이어 두 번째로 자리를 떴다.

일행들은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타마라.”

“네?”

“가리온이 갑자기 왜 저러지?”

룸바르트는 타마라라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이렇게 모이도록 정해져 있었다고 했죠?”

시리엘 아즈도 타마라에게 물었다.

“누가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요?”

타마라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리온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미 들어선 길을 되돌릴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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