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estament - 새로운 약속 - 7장. Breed of Blood. 두 개의 피
| 21.01.13 12:00 | 조회수: 829


떠나는 이들을 위한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트리에스테 대륙을 수호하기 위한 데카론의 원정이 시작되었다. 루앙 광장의 12주신 신상들 틈새로 남은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했다. 떠나는 사람들은 영웅이 되어 돌아올 것을 기약했다.

“제노아 출신, 잔바크 그레이입니다. 신임 청기사단장이신 가리온님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하네.”

“이쪽 역시 제노아 출신, 파그노 사강과 칸 하이러스키 사강입니다.”

“영광입니다.”

“반갑네.”

작위가 있는 자들은 각각 분할된 지역과 병사들을 맡았다. 그들은 데카론의 이름으로 트리에스테 대륙을 누비고 다닐 것이었다. 가리온 역시 청기사단의 지위로 조디악이 선별한 소수의 인원을 얻었다.

“다 모인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자네는?”

“가리온을, 아니 청기사단장님을 도와주셨던 분이군요.”

“에바.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되요.”

에바의 얼굴이 환했다. 룸바르트는 에바의 얼굴에서 빛나는 미소를 한 동안 바라보다가 가리온에게 머리를 숙였다.

“룸바르트 겐조입니다.”

“헤이치 페드론과 시리엘 아즈도 있습니다.”

룸바르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당혹스러운 눈빛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네를 혼자 보낼 수는 없잖은가.”

“사부님을 따라 갈 거예요.”

헤이치 페드론과 시리엘 아즈가 번갈아 변명을 늘어놓았다. 룸바르트는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이거, 너무 많아지는 걸.”

“청기사단장님인데 이 정도는 약소하지.”

광장을 돌고 있던 아이언 테라클이었다.

“부친만큼만 해주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

아이언 테라클은 살가운 웃음을 짓고 잔바크를 향해 찡긋했다.

“잔바크 그레이는 사죄의식을 막아보겠다고, 제노아에서부터 기사들을 데리고 왔던 친구라네. 잘 봐주게.”

잔바크 그레이가 꾸벅 인사하고 말했다.

“칸의 도움이 컸습니다.”

칸이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 사이, 아이언 테라클은 룸바르트 겐조를 슬쩍 곁눈질했다. 룸바르트는 목례했다.

“자, 그럼 잘 다녀오게. 난 다른 친구들도 둘러봐야겠네. 인카르의 가호를.”

“감사합니다.”

가리온은 그제서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활을 쏘는 에바와, 기사의 도시 제노아에서 온 잔바크 그레이, 파그노, 칸. 의술에 능한 헤이치 페드론과, 그의 조수 시리엘.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었던 청년, 룸바르트 겐조.

‘마법사가 없군….’

데카론을 위한 일행에 마법사가 없었지만 가리온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없는 것이 좋을 지도….’

마법사를 보면 자신이 찔렀던 시에나가 생각날 것만 같았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출발하는 지금 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것들은 제재하고 싶었다.

‘알로켄의 피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자….’

가리온은 자신에 대한 것들은 모두 비밀에 붙이기로 결심한 후,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데카론의 여정이 시작된다. 트리에스테 대륙을 지키기 위해 너희들이 목숨을 건 이상, 이미 너희들은 데카론의 영웅들이다. 그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란다.”

가리온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었다.

“우리의 목표는 트리에스테 대륙의 모든 데카론의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오염의 근원지, 크레스포다. 카시미르 산맥과 크로오 산맥의 교착점을 지나 로아성을 통해 접근해 갈 것이다.”

가리온은 비나엘르 파라이가 지시한 임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큰 임무는 두 가지다. 하나, 마주치는 모든 이계의 생명체들이나 오염체들은 제거할 것. 둘,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데카론에 참여시킬 것. 이계는 방대하다. 트리에스테 대륙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병력을 모아야 한다.”

가리온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로아성의 집정관 델카도르를 만나, 듀스 마블을 찾는다. 듀스 마블을 찾으면, 아버지도 찾게 된다. 그렇게 되면 카론 따위의 부활은 없다…!’

가리온의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가리온이 가진 사람의 피인지, 알로켄의 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뜨겁다는 것은 분명했다.

가리온은 그 뜨거운 마음으로 힘주어 외쳤다.

“가자!”

가리온은 적막한 돌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크로오 산맥과 카시미르 산맥은 늘 조용했지만, 어쩐지 두려운 기운이 감돌아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가리온은 이 길을 택했다.

만약 제노아로 가는 길이라면, 카시미르 산맥을 넘어 드라코 사막을 지났겠지만, 로아는 그보다 서쪽에 있었다. 하루빨리 듀스 마블을 찾고 싶은 가리온은 로아성까지 대각선으로 뻗은 길이 가장 빠를 것으로 짐작했고, 그 길로 진로를 잡았다.

"정말 이리로 가나요? 이쪽은 절벽길에다 미로라서 사람들도 잘 오지 않는 길이에요."

헤이치 페드론의 제자, 시리엘 아즈였다.

"우리는 미로로 가지 않고, 산맥을 길게 둘러서 갈 거니까 괜찮을 거요. 드라코 사막을 지나는 것보다는 이 길이 빨라요."

가리온은 대답하고 앞섰다.

"갑시다."

룸바르트는 뒤에서 가리온을 살폈다.

가리온의 안색이나 땀으로 보아 타란툴라의 독이 거의 퍼진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가리온은 고통스러워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그 전에, 가리온의 아버지 슈마트라 초이에 대해서 알아내야 했다.

그러나 시리엘 아즈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만, 가리온님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데요."

“잠깐만, 저쪽 기색이 심상치 않아.”

앞서가던 잔바크 그레이였다.

우글우글 검고 붉은 형체는 용암이 들끓는 언덕이 통째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뭐지?”

“이계의 생명체예요.”

헤이치 페드론의 질문에 에바가 답했다.

“이계의 오염체이던가.”

룸바르트가 에바에 이어 답했다.

그것은 전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넓지 않은 산맥의 길을 따라 그들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작은 산이 좌우로 움직이며 다가왔다. 멀리서도 거대했던 무리들은 실제로도 매우 컸다.

“첫 번째 전투로군.”

가리온의 말에 파그노가 먼저 뒷걸음질 쳤다.

“여긴 싸우기에는 너무 좁습니다!”

“그럼 당신은 물러나 있어요.”

에바는 파그노를 앞질러 가리온 뒤에 붙었다.

“기사 셋, 궁수 하나라.”

가리온은 룸바르트를 힐끗 보았다.

“자네, 검을 쓸 수 있나?”

룸바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그노. 검을 룸바르트에게 주도록 해.”

파그노는 얼른 룸바르트에게 검을 건넸다.

“여기. 여기. 두 개나 있다오.”

“하나만 들도록 해. 두 개는 무리일 거야.”

룸바르트는 말없이 검 하나를 집었다.

“룸바르트. 앞쪽으로 나오게. 우리는 일렬로 달려갈 거야. 에바는 중앙만 공격하도록 해. 감싸서 들어가자구.”

“사정거리도 나쁘지 않아요.”

에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칸, 괜찮겠지?”

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뒤쪽 길을 지키도록 해. 언제든 퇴각할 수 있어야 하니까.”

헤이치 페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가 먼저 친다. 가자!”

가리온이 중앙에서 앞섰다. 잔바크 그레이와 칸도 가리온의 우측에서 뛰어나갔다. 룸바르트가 제일 늦었다.

네 개의 검이 쏜살같이 나가자 에바가 활을 들어 당겼다. 늘 붉은 입술이 유난히 붉어졌다.

정 중앙, 검고 붉게 보이는 괴물을 향해 조준했다.

타앙.

에바의 화살이 괴물의 정면에 맞는 순간, 가리온은 생각했다.

‘내 피가 무엇이든 상관없어. 난 순간순간에 충실할 것이고. 나의 가족을 되찾아 당당히 서겠어.’

가리온의 은 검이 알골의 뜨거운 숨결을 가르며 지났다.

마침내 마지막 한 마리를 해치우고 가리온이 돌아선 순간, 뒤에서 갑자기 한 마리가 나타나서 가리온의 등을 후려쳤다.

가리온은 갑작스러운 열기와 진동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가리온의 끈적한 피가 입술을 타고 흘러 나왔다.

놀란 에바가 재빠르게 화살을 날려 가리온에게 두 번째 공격을 가하려는 괴물을 막았다. 정신을 차린 가리온도 뒤를 돌아 괴물의 복부를 검으로 찔렀다.

괴물은 고통스러워 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것은 가리온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뭐예요?"

"괴물 때문은 아니에요."

"...?"

"온 몸에 독기가 퍼져 있어요.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시리엘 아즈는 가리온의 다리를 동여맸던 붕대를 술렁 풀며 말했다.

벌갰던 상처는 검버섯 같은 모양으로 독에 찌들어 있었다.

"세상에!"

에바의 눈길은 당연히 룸바르트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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