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valence - 타인과 적 - 2장. The apple of discord. 불씨
| 21.01.20 12:00 | 조회수: 817


처음부터 기적이었다.

그랜드 폴이 끝나고 정신을 차린 누트 샤인은 짐을 들고 오렌다 사막을 가로 질렀다.

몇 번이고 쓰러졌지만, 질기게 일어섰다.

먹은 것이 없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고 끝없는 갈증이 있을 뿐이었다.

사막의 웅덩이에 모습을 비출 때면 투명한 갈색 눈동자와 매끈한 피부, 고운 머리칼을 지녔던 자신의 예전 모습 대신 몸이 묽은 반죽처럼 흐물대는 괴물 하나가 보였다.

“아니야!”

찰싹. 누트 샤인은 물속 깊이 주먹을 눌렀다.

누트 샤인은 피와 모래가 섞인 물을 들이키며 대륙 중앙까지 갔다.

방주 아르카나를 보기 위해서였다.

아내 리엘이 방주에 있으니,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으로는 살 수 없어….”

누트 샤인은 끊임없이 걸었다.

걷고 걸을수록 자신처럼 괴물이 된 사람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가는 방향은 같았다.

방주 아르카나만이 그들이 의지를 걸만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방주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누트 샤인은 공격을 당했다.

방주 아르카나에서 나온,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당황한 누트 샤인은 다른 변형체들과 함께 남서쪽으로 도망쳤다.

미로의 숲에 다다르자 사람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지만 다시 나갈 수 없었다.

그 무렵에, 변형체들은 서로 같은 운명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기족 촌락이 만들어졌다.

누트 샤인은 족장을 맡으면서 하나만 생각했다.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자.’

그 후로 오랜 시간 동안, 누트 샤인은 촌락에 틀어박혀 궁리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결국 결론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말 그대로, 다시 알로켄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

마음을 정한 누트 샤인은 헬리시타를 노렸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만들었다는 인카르 교단은 당연히 자료가 풍부할 것이었다.

그래서 누트 샤인은 듀스 마블과 손을 잡았다. 바기족의 어린 아이들을 실험을 위한 도구로 보내는 대신, 여러 필사본을 얻었다. 그러나 수 백 개의 필사본을 받아본 후에도 실마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감추어둔 것처럼 꼭꼭 숨어 나타나지를 않았다.

그러자 기적이 누트 샤인을 도왔다.

듀스 마블을 만나기 위해 헬리시타로 가던 어느 날이었다.

누트 샤인은 크로오의 한적한 산맥 길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누트 샤인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콘다 지오프리!”

그러나 그는 누트 샤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온 몸에는 피가 굳어 있었다.

그는 손에 작은 쪽지를 쥐고 있었을 뿐이었다.

누트 샤인은 꽉 다문 콘다 지오프리의 손을 뜯어내 쪽지를 펼쳐보았다.

“…. 노라크 동굴에.”

누트 샤인은 일단 쪽지를 챙기고 콘다 지오프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조디악이었다.

알로켄 시대에는 자신과 함께 바라트에서 수학했던 동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누트 샤인이 서기관으로 발탁되었다. 그랜드 폴 이후에는 누트 샤인은 바기족이 되었고, 콘다 지오프리는 비나엘르 파라이 아래에서 조디악이 되었다.

“죽어서야 만나지다니….”

누트 샤인은 생각을 접고 콘다 지오프리를 길에서 끌어내 바로 눕혔다. 흙으로 그를 덮어주려던 그 순간, 누트 샤인은 깨달았다.

“표식이다. 세그날레…!”

콘다 지오프리의 몸뚱이에 남은 핏자국은 세그날레의 표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세그날레들이 왜…?”

누트 샤인은 그로부터 얼마 후 자신이 받았던 예언서를 뒤적였다.

그리고 한 구절에 이르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노라크 동굴에…. 노라크 동굴에!”

누트 샤인은 콘다 지오프리에게서 얻은 쪽지를 펼쳤다.

노라크 동굴. 그것이 불씨였다.

누트 샤인은 얼마 후, 노라크 동굴을 향해 출발했다.

여정은 힘들었지만 가리온과 시에나를 뒤에 남기고 노라크에 숨겨진 문을 찾아 냈을 때, 누트 샤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교도들은 흔히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배를 이용하였다.

배는 지옥의 강을 건널 수 있는 최고의 이동 수단이었다. 노라크 교도들에게도 그 배가 물론 있었다. 다만 그 배가 물이나 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뿌리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이 달랐다.

“대단해!”

노라크 교도들은 실로 대단했다.

누트 샤인이 가진 예언서는 그들이 실현 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라크 교도들은 자신들이 얻은 이계로 가는 열쇠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보관하고자 했고, 자신들의 신앙의 결정체인 곳에 예언서대로 열쇠를 보관했다.

“인카르 것들은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는 못할 테지.”

누트 샤인은 이교도의 배, 가장 낮은 방.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 신앙의 중심이 있었다.

노라크 동굴에는 이교도들이 모아 놓은 많은 이계에 관한 유물이 있었지만, 누트 샤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이계로 갈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것, 열쇠였다.

때문에 누트 샤인은 조심스러웠고, 신중했다.

그렇게 마지막 방에 도착했다.

용암에도 끄떡하지 않는 푸른 돌들로 둘러 쌓인, 별로 특별한 것 같지 않은 평범한 방.

노라크 교도들이 섬멸 당한 탓인지, 구석 곳곳에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나무 이끼가 번져 있었다.

가장 낮은 방인데도 키가 있었다. 마치 카론에게 향하는 노라크 교도들의 방향을 상징하는 듯 했다.

“저것이군!”

유물은 푸른 돌들 사이에서 가장 순결한 듯 금빛을 뽐냈다.

누트 샤인은 방향키의 중앙에 퍼즐처럼 맞추어진 그 유물을 들어올렸다. 유물의 앞면은 크레스포라는 말이 씌어져 있었고 뒷면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누트 샤인이 가졌던 희망의 불씨는 작은 등이 되었다.

크레스포.

크레스포는 미스릴이 많이 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한 몫 잡으려는 광부들과 부를 축적하려는 부자들로 넘쳐났었다. 늘 바쁘고 위험한 곳이었다.

크레스포가 그런 도시가 된 것은 비단 지금의 일만은 아니었다. 그랜드 폴 이전에도 크레스포는 돈과 미스릴, 그리고 위험이 넘치는 곳이었다. 누트 샤인은 알로켄의 신전에서 벗어난 일이 없어 그 때의 크레스포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크레스포의 소문은 돌고 돌았다.

광부에서 부자가 된 이야기. 갱이 무너져서 귀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랜드 폴 바로 직전까지는 알로켄의 또 다른 신전을 짓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랜드 폴이 지나고 또 한참의 세월이 지나서야, 누트 샤인은 그 크레스포를 밟게 되었다.

노라크 동굴에서 얻은 유물 덕분이었다.

조금 커진 희망이 누트 샤인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누트 샤인은 예언서에 트리에스테 대륙 모양의 유물을 이리저리 보았다. 앞면에는 크레스포라고 씌어 있었고, 뒷면에는 12라는 숫자가 있었다.

정확히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누트 샤인은 크레스포가 트리에스테 대륙에 있고, 북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누트 샤인은 크레스포로 가면 다음의 진실을 알게 되리라 믿었다. 이미 누트 샤인에게는 몇 번의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으니,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다.

불나방은 불 속을 향해 뛰어든다. 죽는 줄 알면서도 뛰어들고야 만다.

크레스포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죽어갔다.

크레스포의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누가 이계의 사악한 빛을 따라 간다 해도 말리지 않았다. 자신들도 금지된 호기심에 금방이라도 쫓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크레스포에 도착한 누트 샤인은 한밤중, 아무도 모르게 이계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데네브에서 만난 아모르 쥬디어스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고 지체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누트 샤인은 천천히 빛과 어두움이 동시에 감도는 오염의 진원지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어쩌면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 속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두려움과 환희를 동시에 맛보게 했다.

“이 안에는….”

누트 샤인은 눈을 뜨고 앞을 잘 보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앞에는 잊을 수 없는 대리석이 있었다.

틀림없는 알로켄족의 양식이었다.

신전을 만들려 했다는 소문이 얼핏 떠올랐다.

누트 샤인은 가만히 대리석을 쓰다듬으며 더 앞으로 향했다.

들어온 이상 중요한 것은 앞길이었다.

누트 샤인은 빛에 흥분한 불나방처럼 대리석을 연신 쓰다듬으며, 종종 발을 엎지르며 더 앞으로 향했다.

들어갈수록 이계라는 악과 어울리지 않게 빛이 충만했다. 오히려 빛 때문에 길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다. 사실 발을 제대로 딛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았지만.

순간 쿵, 번개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무언가 쏜살같이 누트 샤인을 향해 날아왔다.

“앗!”

샤륵, 그것이 스쳐 지나간 후에 누트 샤인에게는 몸이 저리는 듯한 통증이 남았다.

“뭐지?”

누트 샤인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뜨거운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듯 빛은 한층 붉고 강렬해졌다. 아니, 붉다 못해 검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만 존재했다.

“이제야 정말 지옥 같군.’”

누트 샤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두려워졌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것은 빛이 너무 강하던 때와 마찬가지였지만, 두 상황의 공포감은 사뭇 달랐다. 빛은 무언가 갈구하는 것을 바로 내놓을 것 같았지만, 암흑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바라던 것을 숨기고 누트 샤인을 비웃듯 사라질 것만 같았다.

누트 샤인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쫓아오는 듯이.

“헉. 헉.”

그러나 끝없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누트 샤인의 발을 잡아 끌어 당기는 듯, 속도는 점점 더 느려졌다.

누트 샤인은 물 속을 걷는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목이 답답해졌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아… 안돼…. 안되겠어….”

누트 샤인은 생명의 불씨가 꺼지듯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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