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Yesterday - 역사의 시간 - 13장. Desolation. 적막한 헬리시타
| 21.01.06 12:00 | 조회수: 969


아이언 테라클을 눕힌 잔바크 그레이는 다시 일어섰다.

칸이 아이언 테라클의 눈을 뒤집어 보았다.

“완전히 기절했어요.”

파그노는 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심드렁히 말했다.

“저런 무시무시한 게 그림자에서 튀어나왔으니, 숨이라도 끊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사스콰치는 아직도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겁 먹은 사람들은 접근도 하지 못하고, 사스콰치의 희생양이 되어 주고 있었다.

사람 두셋을 뭉쳐놓은 크기의 팔이 광장을 쾅쾅 내려찍을 때마다, 지진이 일어날 듯 사방이 흔들렸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꼬리처럼 붙었다.

“칸이 아이언 테라클님을 돌봐드려.”

잔바크 그레이의 말에 칸은 고개를 들었다.

“파그노! 나와 함께 가자!”

“뭐어?”

파그노는 털썩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 앉았다. 광장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저기? 저기?”

“그래.”

잔바크 그레이는 루앙 광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사람들은 죄가 없어.”

잔바크 그레이는 동정을 품고 안타까워하고 있었지만, 파그노는 눈앞에 있는 죽음의 땅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조급한 마음은 이것저것 핑계를 재빨리 만들어 냈다.

“이봐! 하지만 우리랑 저 사람들은 지금 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저리로 가면 도와주는 줄도 모르고 덤벼들 것이네! 또, 저 사스콰치는 무서운 놈이야! 가면 죽을 수도 있어! 게다가 검은 연기는 또 어떤가!”

“제가 가겠어요. 제가 잔바크님을 따라 가겠어요.”

칸이 일어섰다.

“칸! 너는 또 왜 그러느냐? 응? 왜 그래?”

파그노는 칸의 행동에 몹시 놀랐다. 여태껏 남매는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칸은 오늘 처음으로 오빠인 자신을 버려두고 잔바크 그레이를 따를 태세였다.

“오빠! 오빠는 살려고 발버둥치는 저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세요?”

“얘야. 그건, 그렇지만,”

“자네, 정말 동생 하나는 잘 두었군!”

당황하는 파그노의 어깨를 잔바크가 웃으며 두드렸다.

“그래? 그래, 그렇지. 동생 하나는. 그렇지. 잘 두었지.”

“그럼 잘 부탁하네!”

“이보게! 잔바크!”

“잔바크님. 가요!”

“칸! ….”

파그노는 아이언 테라클 옆에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에휴….”

혼자 남은 파그노가 한숨을 푹푹 내쉬는 모습은 몹시도 처량 맞았다.

‘이제 어쩌나….’

가만히 있으려니 검은 알갱이들이 더 달라붙는 것 같았다.

파그노는 곳간 옆에 기대어져 있던 양동이를 쓰고 망토로 피부를 가리고 또 가렸다.

‘아참! 그렇지!’

파그노는 아이언 테라클의 몸도 구석구석 감싸 주었다.

“…. 이렇게 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잔바크 그레이가 칸과 함께 사스콰치로 다가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스콰치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은 쏟아졌지만,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스콰치 곁에 다가갔을 때, 잔바크 그레이는 감격했다.

“제노아의 기사들이여!”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 줄로만 알았던 기사들 세네 명이 사스콰치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저쪽에 있습니다!”

한 명이 잔바크 그레이를 향해 말했다.

돌아보니 헬리시타를 향해 무리지어 오는 오염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사스콰치 한 놈 가지고, 이렇게 시간을 끌어서 죄송합니다.”

“아니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네. 그리고 사스콰치가 보통 놈이던가! 하하하.”

잔바크는 호탕하게 웃고 큰 검을 치켜 올렸다.

“잔바크 그레이님! 조심하십시오.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관없어.”

성격 급한 잔바크 그레이는 기사들의 신념에 기분이 좋아 그대로 돌진했다.

기세 좋게 사스콰치의 팔뚝을 노렸다. 사스콰치의 주요 공격은 거대한 팔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으쌰!”

잔바크 그레이는 사스콰치를 베고 기세 당당하게 돌아섰다. 다음에는 기사들과 함께 사스콰치의 숨통을 끊어서 마무리를 할 참이었다.

사스콰치의 팔은 몸에서 떨어져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자! 마무리는 다같이 하자구!”

그 순간, 땅이 쿵 울렸다.

“뭐야?”

사스콰치는 잔바크 그레이가 베었던 팔로 땅을 내려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떨어졌던 팔이 다시 붙었다.

“이잇! 멈추지마! 어서 덤벼들어!”

잔바크 그레이의 외침에 기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사스콰치의 양팔과 다리가 잘렸다. 그러나 별 소용 없이, 사스콰치는 다시 붙었다.

“제길! 왜 저러는 거야!”

잔바크 그레이의 외침에 대답할 기사는 없었다.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사스콰치란 놈은 원래 베어내면 죽는 게 아니었나? 누구 좀 대답해봐!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보란 말이야!”

죽어버린 헬리시타처럼 모두들 말이 없었다.

“저, 저기요.”

근육질로 이루어진 칸과는 다른, 동그랗게 오동통하게 오른 여자가 기사들 틈에 머리를 집어 넣었다.

“저기, 저 사스콰치는 주문에 걸려 있는 것 같은데요?”

기사들은 서로를 쳐다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분명했다.

“치료 주문 같은 거요. 저 정도로 봐서는 상당히 큰 치료의 힘을 가진 마법사가 한 것 같은데….”

농부의 딸로서는 아주 제격일 듯한 진 갈색 치마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여자는 칸처럼 양 갈래로 땋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몰라요? 치료 주문?”

잔바크 그레이는 그 여자를 노려 보았지만, 그 여자는 그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휴…. 그럼 두 말 말고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저 괴물을 좀 베세요. 댁들은 칼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요.”

“너 누구야? 우리가 널 어떻게 믿지?”

보다 못한 칸이 물었다.

“저요? 저, 마법사인데요.”

“마법사?”

잔바크 그레이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저 모르세요? 이곳 분들이 아니구나…. 어쩐지 낯설더라. 통성명은 나중에 하구요. 저 괴물 때문에 환자가 너무 많이 늘어요. 얼른 좀 처리해 보자구요.”

여자는 마법사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순수했다.

여염집 아낙들이나 입는 갈색 푸른 치마와 앞치마는 딱 신발 위에 가지런히 있었고, 뭉툭한 신발은 오래 신은 듯 낡아빠져 있었다.

“마법사가 맞을까요?”

잔바크가 하고 있던 생각을 칸이 물었다.

“글쎄….”

다들 기웃거리는 사이, 여자는 마법을 완성했다.

“…… 홀리 아스트랄 바인!”

기사들은 지레 겁먹고 잔바크 뒤로 모여들었다.

“뭐야, 뭐라는 거야?”

“우리를 속인 것 아냐?”

“뭐야? 그럼!”

“이잇!”

몇몇 기사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 여자가 눈을 떴다.

“베세요!”

“잔바크님, 어떻게? …!”

칸이 묻기도 전에 잔바크는 등을 돌리고 사스콰치를 향해 뛰어갔다.

“달리 방법이 없잖아!”

잔바크는 묵직한 검을 끌어 올렸다.

휘잇.

칸도 잔바크를 따랐다.

순식간에 사스콰치의 몸이 조각나 버렸다.

“하아. 하아.”

잔바크와 칸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좋아. 잘 되었네요.”

여자를 향해 잔바크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시리엘 아즈예요. 헤이치 페드론님의 제자죠. 아, 헤이치 페드론님은 누군지 아세요?”

시리엘은 마치 칸처럼 조잘거렸다.

“잔바크! 이보게! 잔바크!”

“오빠?”

파그노였다.

“아이언 테라클님은 어쩌고?”

잔바크 그레이는 아이언 테라클의 걱정부터 했다.

“그, 그게 문제가 아냐!”

파그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평소보다도 더욱 커져 있었다.

“사… 사라진다고…! 사라져! 사라지고 있어! 저기를! 저기를 봐!”

파그노의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곧 빗소리에 묻혀 들어갔다.

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물을 타고 스며들어오는 검은 알갱이들에 광분했다.

자신의 몸을 문지르고 닦았다.

괴물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괴물로 변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죽음의 연기를 실은 빗물은 몸에 고이지 않고, 타고 흘러 땅에 스며들었다.

다 같은 고름투성이 얼굴들이었지만 웃음이 번졌다.

서로 껴안으며 살아 남았음에 마냥 감사했다.

그리고 한 명씩, 한 명씩 뒤를 돌아보았다.

한 순간 조용해졌다.

단상 위의 검은 회오리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옆에 있던 12신의 석상에 입을 맞추고, 비를 두 손에 담아 몸을 씻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서로가 서로를 확인해 주었다.

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했다. 사죄의식으로 피 바람이 휘몰아쳤던 때보다도 고요했다.

오직 빗소리만이, 희망을 찾은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열기에 취한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축복처럼 내렸다.

그저 사람들은, 두 개의 달이 하나가 되었음을 모를 뿐이었다.

단상 위에 한 기사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었다.

적막한 헬리시타가 이제 불행의 한 걸음을 찍었음을 모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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