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estament - 새로운 약속 - 1장. Offspring. 알로켄의 후손
| 21.01.13 12:00 | 조회수: 785


가리온은 물끄러미 연기를 보았다.

저 연기가 살아 숨쉬던 디에네 비노쉬의 모습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이라는 자리는 견디기 어려운 곳이었다.

트리에스테 대륙의 여신이 비나엘르 파라이라면, 가리온의 여신은 어머니였다.

그것은 자신이 가진 알로켄의 피와 세지타의 피가 흐르는 어머니의 차이를 따질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가리온의 어머니는 오로지 디에네 비노쉬 뿐이었다.

아름답고 단아한 자태로 활을 쏘던 모습과 가리온을 보던 눈빛을 떠올리자 가리온은 더 견딜 수가 없어졌다.

"말도 안돼."

비나엘르 파라이는 가리온의 낮은 중얼거림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지만 가리온은 자리에 없었다.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가리온!"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가리온은 그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없었다. 가리온의 여신이 뜨거운 불길에 사그라지고 있었다.

"안돼. 말도 안돼. 이렇게는 안돼."

가리온은 헐레벌떡 단상을 올라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디에네 비노쉬의 몸을 헤집었다.

살과 뼈가 타는 냄새가 진하게 올라와 가리온의 코와 눈을 괴롭혔지만 멈추지 않았다.

"컥. 컥."

아이리스 비노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하는 거야!"

매서운 목소리가 광장에 퍼졌다.

"아이리스. 가리온의 감정이 격해졌나 보네."

비나엘르 파라이의 말은 아이리스 비노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디에네 비노쉬의 마지막 길까지!'

아이리스 비노쉬의 호흡이 거세어졌다. 그는 디에네 비노쉬의 장례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활을 들어!"

"아이리스."

비나엘르 파라이는 아이리스를 말리며 광장을 살폈다.

모두의 눈에 가리온을 동정하는 마음이 치솟고 있었다. 사람이 타는 냄새와,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환상과 감동을 주었다.

이는 분명 비나엘르 파라이에게 득이 될 일이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되겠어.'

아이리스 비노쉬는 그을음에 얼굴이 붉고 검어진 가리온을 노려보았다.

"가만두지 않겠어."

아이리스 비노쉬는 오른 손을 들었다.

세지타의 사수들이 가리온을 향해 활을 겨냥했다.

감동에 젖어 있던 관중들은 일제히 비나엘르 파라이를 쳐다 보았다. 그들은 가리온이 죽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비나엘르 파라이는 가만히 있었다.

"으아아아! 어머니!"

디에네 비노쉬의 죽음에 비탄한 가리온의 눈과 허리가 뒤집어졌다. 가리온의 몸에서는 슬픔의 광채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동시에 아이리스 비노쉬는 손을 내리며 지시했다.

"일 열. 세 발."

앞자리에 있던 세 명의 사수들이 일제히 가리온을 향해 활을 쏘았다.

푹. 푹. 푹.

화살 꽂히는 소리가 정확하게 세 번 울렸다.

"커억."

가리온이 휘청거렸다.

오른쪽 다리에 두 발이, 왼쪽 다리에 한 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세 발로는 죽지 않습니다."

아이리스 비노쉬는 비나엘르 파라이에게 말했다.

"그러나 세 발을 더 맞으면, 출혈보다 고통으로 죽을 것입니다."

"아이리스."

"저 자를 멈추십시오."

"가리온은 디에네 비노쉬를 보내는 슬픔 때문에!"

“저 자를 멈추십시오.”

아이리스 비노쉬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지타의 활을 맞고 흔들거리는 저 기사는 디에네 비노쉬의 가족이었지만, 세지타는 아니었다.

"디에네 비노쉬는 세지타족이 아닌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오늘 저 곳에 누워 있는 것입니다. 우리 세지타들은 더 이상 누군가 그를 건드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아이리스 비노쉬의 마음에는 단단한 빗장이 채워졌다.

'세지타족은 세지타족만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해! 그것이, 그것이 제일 안전해!'

아이리스 비노쉬는 다시 오른 손을 들어 올렸다.

"아이리스!"

비나엘르 파라이는 가리온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가리온은 아직 죽어서는 안되었다.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리온. 이제 그만 하거라."

가리온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세지타의 화살이 박힌 몸을 이끌고 다시 디에네의 잿더미를 파헤치려 하고 있었다.

“가리온.”

비나엘르 파라이는 가리온을 향해 걸어가, 가리온의 몸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을 가리며 감싸 안았다.

"가리온. 그만 하거라."

그리고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직 너에게는. 가족이 있어."

가리온이 붉어진 눈을 들었다.

“슈마트라 초이는 살아있다.”

다시는 감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 것 같은, 퀭한 눈을 똑바로 떴다.

가리온은 비나엘르 파라이의 은색 눈을 뚫어지게 보았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개의치 않고 편안히 앉았다.

푸른색과 금장식이 화려한 응접실에는 둘 뿐이었다.

“왜 네 아버지가 사죄의식을 당했다고 생각하느냐?”

“사람들은 아버지가 헬리시타의 사람을 살인해서라던데. 그것은 다 누명입니다!”

“가리온.”

“모두 듀스 마블이 꾸민 것입니다. 그는 늘 기사계를 노렸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듀스 마블은 슈마트라 초이가 알로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리온은 비나엘르 파라이의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트리에스테 대륙을 멸망시키려 했던 알로켄이었기 때문에. 죽이려 했다는 것입니까?”

“그랜드 폴 말이구나. 그래. 듀스 마블은 그것을 가장 두려워했지. 항상 그랬어. 그가 슈마트라 초이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지도 몰라.”

“그래서 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어머니를 죽이고, 그것이 잘한 일이란 말입니까?”

”가리온 제대로 듣거라.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데카론에 관해 말하자는 것이다.”

“데카론?”

가리온은 비나엘르 파라이가 말한 것을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카론은 부활할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반복이자 혼돈과 조화의 권리이지.”

비나엘르 파라이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가리온은 숨을 멈추고 비나엘르 파라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듀스 마블은 슈마트라 초이를 데리고 도망쳤다.”

“어디로 갔습니까?”

“너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너를 도울 것이다.”

“어디로 갔습니까?”

가리온은 성급했다. 단 하나의 생각이 가리온을 지배했다. 가리온은 한시라도 빨리 아버지를 구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죄책감을 덜 수 있는 길이었다.

청기사단에 입단하지 말고 부모님 곁을 지켰어야 했다는 죄책감, 루앙 광장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죄책감, 시에나에게 헛된 마음을 쏟아 눈앞에서 아버지를 놓친 죄책감, 어머니까지 듀스 마블에게 당했다는 것을 몰랐던 죄책감.

가리온은 듀스 마블의 의지로 사죄의식이 일어났던 것은 까맣게 잊은 듯,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나 때문에. 내가 알로켄족의 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리온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수밖에 없었다.

“듀스 마블은 네 아버지를 이용해 카론을 부활시킬 것이다. 듀스 마블은 그랜드 폴이 다시 발생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이계의 힘에 굴복했다.”

가리온은 비나엘르 파라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버지는 카론을 부활시키지 않을 겁니다!”

“피할 수 없어. 알로켄의 후손에게 주어진 힘이다. 카론은 반드시 부활한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가리온을 향해 치켜 떴다.

“그리고. 알로켄인 너에게도 그런 힘이 있지.”

가리온은 당황했다.

“……저는 아닙니다! 카론은 부활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멸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데카론이 인간을 구할 것이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너무도 태평해 보였지만 가리온의 가슴은 답답하고 복잡했다.

“도대체 데카론이라는 것이.”

“데카론은 카론에 대항하는 모든 자들이다. 트리에스테의 모든 인간들이 카론으로부터 듀스마블로부터 생명을 구할 것이다.”

가리온이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자, 비나엘르 파라이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너에게 청기사단장을 맡기겠다.”

가리온은 청기사단장이라는 말에 뒤로 물러섰다. 비나엘르 파라이의 응접실에 놓여진 푸른색 탁자가 흔들렸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가리온의 음성이 흔들렸다.

‘난 할 수 없어. 그것은 아버지의 자리였어.’

두 볼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낄 때, 비나엘르 파라이의 또렷한 눈동자가 가리온의 숨을 조였다.

“너 밖에 없어.”

가리온은 과연 자신에게 청기사단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또한 가리온은 아버지 없이도 혼자 설 수 있을 때, 자신이 인정 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이 혓바닥 위에서 미끄러졌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빙긋 웃었다.

생각해 보겠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가,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것이었다.

가리온은 끝내 청기사단장이라는 자리를 물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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