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Yesterday - 역사의 시간 - 2장. Sub. 조디악의 대리자
| 21.01.06 12:00 | 조회수: 939


순식간에 상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가리온, 그리고 듀스 마블과 슈마트라 초이 앞에 선 시에나.

하지만 가리온의 눈에는 그런 상황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에나의 마법으로 아무런 빛깔과 색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뭐야?”

가리온은 앞이 까마득해져 눈을 몇 번이나 깜빡여 보았지만 빛을 잃은 눈은 한치 앞까지 흐려져 있었다.

“당신, 아버지를 찾을 거라고 했죠?”

마법사는 가리온을 향해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뜻만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듀스 마블님은 제 아버지나 마찬가지에요. 고아인 저를 길러주셨죠.”

시에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저는 듀스 마블님을 지키겠어요.”

어느 새 고개를 든 듀스 마블이 시에나를 응시했다.

“가세요. 마지막 기회예요.”

“하지만!”

“저는 걱정 마세요. 듀스 마블님이 가시면 곧 그리폰을 부르겠어요.”

“그럼 이 자를 죽이고.”

듀스 마블은 시에나에게 목숨을 의지하게 된 상황에서까지 슈마트라 초이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안돼요!”

시에나는 세게 소리쳤다.

“모르시겠어요?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잠시 후면 기사는 시력을 되찾을 거라구요! 어서 가세요!”

“정말 참을 수 없게 만드는군.”

가리온은 일순간을 방심한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냉정해야 할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 주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실수였다. 듀스 마블에게만 신경을 쏟다가 어이없게 당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후회할 시간이 없었다.

“우아아아!”

가리온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자연스레 검을 들어 올리고 몸을 움직이게 했다.

시에나는 다음 주문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기사가 눈이 보이지 않아도 공격해 오리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좋아. 순서대로 가는 거야.’

시에나는 우선 기본 마법부터 이용해, 큰 주문을 외울 시간을 벌기로 했다. 어차피 흑마법을 쓴 후라 어려운 마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듀스 마블이 저렇게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자신도 무사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시에나는 이왕 이렇게 된 일, 끝까지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야 인카르 교단의 전령이라는 위치를 지킬 수 있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달빛의 여신 큔에게 발화의 힘을 빌리니, 엘리멘터들이여 나와 함께 꽃처럼 아름답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그대들의 놀라운 힘을 지금 이곳에 집중케 하라! 플레어 비트!”

주먹만한 뜨거운 불덩이들이 기사에게 쏜살같이 날아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시에나에게 더 큰 정신력을 줬는지, 불덩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맵고 정확했다.

“커억.”

가리온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복근을 강타당했다. 뜨거운 것이 굵게 치고 들어오는 것이 상반신을 모두 태워버리는 느낌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 다른 신경들이 예민해져 그 고통은 더욱 격렬하게 온몸으로 퍼졌다.

“으윽.”

가리온은 뒤로 밀리지 않으려 힘을 주었다. 하지만 불덩이가 크루어를 강타한 충격은 양 팔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가리온이 온갖 힘을 크루어에 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에나는 다음 마법을 구현하는데 힘을 쏟았다. 조금이라도 기사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곧 시에나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기사가 눈을 뜨게 되면 바로 시에나에게로 달려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에나는 이윽고 맑은 눈동자를 촉촉히 굴리며 주문을 시작했다.

“냉혈한 여신 파르카에게 복수의 힘을 빌리니, 엘리멘터들이여 나와 함께 피보다도 뜨거운 냉기로 그대들의 놀라운 힘을 지금 이곳에 집중케 하라!”

가리온은 크루어를 가슴 깊이 품고 뛰었다. 차차 시력이 돌아오는 듯 흐릿한 세 개의 검은 영상이 잡혀 들어왔다.

‘셋 중 누가 듀스 마블이고, 누가 마법사지? 다른 쪽으로도 봐야겠어.’

가리온은 비스듬히 달렸다. 듀스 마블은 이 모습을 보고 그만 가리온이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것으로 착각해 버렸다. 듀스 마블은 가리온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바싹 궁지에 몰린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슈마트라 초이를 제거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듀스 마블의 걸음을 잡았던 것이었다. 상황이 절박해질수록 그런 자신에게 빠져들어 듀스 마블은 더욱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듀스 마블은 안절부절하며 두려운 목소리로 얼굴을 감싸며 외쳤다.

“안돼. 검은 연기가 이 땅을 다시 뒤덮을 거야. 안돼.”

“좋아!”

가리온은 듀스 마블의 소리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넓은 보폭은 단번에 마법사를 넘기고 듀스 마블을 잡을 듯 했다.

“이야아아!”

벌벌 떠는 듀스 마블을 가리온의 크루어가 응징하려는 순간, 시에나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아이스 스프레드!”

샤아아.

크루어만한 얼음들이 쭈욱 사방으로 퍼졌다. 시에나의 주홍 오클라스가 나풀거리면서 얼음 덩이가 말벌이 달려들 듯 쏜살같이 날았다.

“안돼! 모두 죽을 거야!”

듀스 마블은 가리온의 검 소리와 날렵한 얼음 비수의 한기에 몸을 땅끝으로 꺼질 만큼 웅크렸다.

그 위로 몇 십 개의 얼음들이 연속해서 크루어와 가리온의 온 몸을 강타했다.

크루어에 온 힘을 주었던 가리온은 크루어와 함께 더 나아가기가 힘들어 휘청거렸다. 갑옷을 휘감은 얼음덩어리들은 가시처럼 박혔다. 차가운 가시들이 살갗을 파고드는 뜨거운 고통마저 얼렸다.

그러나 가리온은 끝까지 검을 세웠다. 크루어는 결국 듀스 마블의 머리를 빗나가 어깨뼈를 찍고 단상에 꽂혔다.

“으아아!”

듀스 마블은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에 괴로워했다.

“당신에게는 소리 지를 자격도 없어. 팔이 잘려나간 것도 아니잖아? 내 아버지가 당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가리온은 나무에 박힌 크루어를 뽑아 들고 고개를 크게 들어 올렸다. 두려움으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듀스 마블과 자꾸 방해를 하는 마법사를 잡기 위해서였다. 질기게 버티고 있는 듀스 마블의 목숨을 이제 곧 끊어버릴 수 있는 상황을 놓칠 가리온이 아니었다.

“성가시게 굴지마.”

“인카르의 전령을 무시하지 마세요.”

시에나는 호흡을 고르며 듀스 마블이 아직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크루어를 든 기사는 시에나의 생각보다 강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타격을 입혔는데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점점 더 가깝게 치고 들어오는 것이 가슴을 서늘케 했다.

‘벌써 시력이 돌아온 걸까?’

시에나는 눈을 번뜩이고 있는 체격 좋은 기사를 살폈다. 잿빛이 감도는 회색 투구 사이로 삐쳐 나온 찰진 머리카락과 또렷한 갈색 눈동자가 어딘가 낯익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아직 기회는 있어!’

시에나는 잠시 눈꺼풀을 덮고, 다시 마음을 곧게 잡았다.

가리온은 인내심을 시험 당하는 것 기분이었다. 위험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의무요, 권리였다. 간지럽게 계속 방해를 놓는 마법사는 그런 가리온을 야금야금 갉아대는 것 같았다.

“같이 죽으려는 건가?”

가리온은 눈을 내리 깔고 물었다.

시에나는 더 이상 주문을 외우지 않고 차갑게 대꾸했다.

“난 인카르의 전령이고 사제예요.”

시에나는 서둘러 말을 이어 달았다. 기사가 음성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려는 의도임을 알고 있었지만 시에나도 말을 잇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정신력을 회복할 셈이었다.

“제가 듀스 마블님을 지킬 이유는 충분하죠.”

“게다가 고아인 당신을 길렀으니, 아버지와 같다….”

기사의 말에 시에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들던 기사는 너무나 담담한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라….”

“네.”

시에나는 이상하게도 기사에게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마음이 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자꾸만 퍼지고 있었다.

“사실은 당신의 아버지를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뭐?”

가리온의 음성이 차가워졌다.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이. 아버지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나?”

가리온의 음성이 더욱 가라앉았다.

“그런 게 아니에요!”

시에나는 둘러서 대답했지만 곧 기사가 다시 공격해 올 것임을 깨달았다.

“당신에 대해 더욱 정확히 알게 되었군.”

가리온은 눈을 부릅뜨고 달려 나갔다. 시야는 아까보다 환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이미 가리온의 몸이 마법사와 듀스 마블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전혀 거칠 것이 없었다.

“끝을 내자!”

시에나는 아차 할 사이도 없이 서둘러 주문에 집념했다. 마지막으로 남겨 두었던 마법이었다.

"불행을 인도하는 자 세라피여! 지옥 불보다도 뜨거운 그대의 숨을 지금 이곳에 불어넣어 불행의 온기를 충만히 채워주시기를!"

주술에 빠진 시에나의 얼굴은 점차 얼이 빠져 나가 홀린 듯 노란 빛을 부웅 띄웠다.

노란 빛은 시에나의 목에도 감돌았고, 가리온이 베려 한 부분은 점점 더 정확하게 들어왔다. 시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가리온은 그대로 치켜 들은 검을 마법사의 목으로 틀었다.

“이야아!”

“캬아악!”

그 순간 카랑카랑한 울음소리와 세찬 모래 바람이 가리온을 향해 불어 닥쳤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에 가리온은 양손으로 잡았던 검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을 눈 위로 갖다 댈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마치 내리쬐는 태양을 볼 수 없듯이 빛이 환하게 들어오더니 곧 황갈색 그리폰이 위용을 떨치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뭐야?”

그 순간 가리온은 깨달았다.

지금 검을 겨누고 있는 마법사는 노라크 동굴에서 뿌리에 엉켰을 때 들지도 못하는 크루어를 질질 끌어 자신을 구하려 했던, 차디찬 통로를 지나며 안쓰럽게 몸을 떨던, 가리온의 팔을 꼬옥 붙잡던 바로 그 시에나였다.

“시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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